서양음악에서 동아시아의 전통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대 음악을 두루 공부하기 위해 떠났던 5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지금 여러분께 유학생활 동안 얻은 음악적 성과를 선보이고자 합니다.

 

저는 우리 음악의 한계나 고정관념 등에서 벗어나 보고자 유학을 떠났지만, 오히려 한국 음악의 우수함을 재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모든 창작의 근본은 우리 전통음악에서 시작되었다는 ‘전통을 근간으로 하는 미래의 음악’이라는 음악적 철학을 가지고 귀국 작곡 발표회를 선보이고자 합니다.

 

이번 공연의 부제 「12+4」란 ‘12율의 중성적인 율명과 4개의 청성’을 배열하여 만들어진 우리 고유의 율명을 의미합니다. ‘12율4청성’을 바탕으로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곡들을 구상하였습니다.

 

우리 전통음악을 근간으로 하지만 현대음악의 조류에 맞춰 다양한 곡들을 선보일 예정인 이번 작곡 발표회에서는 국악기와 전자음악을 통해 과거와 현대가 만나는 신선한 음향의 재발견을 모색하고자 하며, 서양악기의 연주법은 작곡가와 연주자에 의해 많은 발전이 이루어진 반면 우리의 전통악기는 다소 뒤쳐진 면이 있다는 현실을 통감하며 이루어진 현실 가능한 주법 연구의 결과물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현대의 우리 음악에 있어 동서양의 경계가 무너진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선율적 배치만을 앞세워 논리가 없는 우리의 창작국악은 세계화와는 거리가 먼 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유럽을 비롯 타국의 작곡가들은 우리의 전통음악의 논리를 철저하게 연구하여 작품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음악의 특징은 논리적이고 보편적인 음악 어법 속에서 표현, 창작되어야 하며 그렇게 될 때 한국 음악은 세계인들 속에서 이해,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 음악 속에서의 다양한 음향적 확장과 실험 그리고 전자음악에서의 또 다른 음악적 어

법을 찾으려고 하였던 오늘의 공연

과거의 전통과 현재의 음악언어와의 관계를 모색하는 이러한 작업이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

로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공연 내용

20세기에 들어와 가장 많이 불리어지는 악기는 다양한 목관악기 (BamBoo)이라고 생각한다. 형태와 음색에 차이가 있는 각 악기는 奏法적인 면에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져왔다. 예를 들면, Flutter Tonguing, Whistle Tone, Multiphonics(중음주법), Microtones, harmonics, Sing with Play와 같은 다양한 음색의 변화와 함께 타악기적 효과를 내기 위한 주법등이 개발되어왔다.

본인은 작곡가 이전에 대금연주가로서 활동을 하며 많은 실험과 연구 끝에 이러한 주법이 대금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물론 연주자와 악기에 따른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인 주법에 의한 결론을 내어 보았으며 대금의 현대적 주법에 의한 곡을 만듦으로써 음색과 음향적인 면에서의 확장성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거문고는 한국의 전통악기 중에서 空間과 時間에 의한 음악을 잘 표현한다. 말하자면 타현 전/후의 행동들이 모두 음악의 흐름에 있어서 중요한 작용을 하며, 급속한 음의 감쇠에도 ‘여음(餘音)’의 지속성은 추성과 퇴성 혹은 농현으로 나타난다.

거문고의 현은 6개로 그 중 유현과 대현을 위주로 연주가 이루어지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문현, 괘상청, 괘하청 그리고 무현의 고정된 음정이 다양한 효과와 함께 연주 되어 진다. 특히, 술대로의 연주뿐만이 아니라 왼손과 오른손에 의한 다양한 주법이 소개되며, 총 16개의 괘에서 나오는 독특한 음향과 거문고 특유의 시간과 공간적 ‘여음(餘音)’을 표현하고자 한다.

 

전통 여창가곡의 형식을 모티브로 한 곡으로, 인간의 양면성을 「vocalise」에 의한 구음으로 표현하였다. 때로는 독백 형식으로 때로는 대화 형식으로 곡의 흐름을 이끌고, 정해진 템포나 소절에서 벗어나 시간의 흐름에 의한 반주악기와의 호흡을 그려 보았다.

작자 미상의 이 시조는 '발가숭이'가 '발가숭이'를 잡으려고 하는 상황이 설정되어 있는데, 양쪽을 가리키는 말이 궁극적으로는 같다. 즉, 양쪽이 객관적으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 모해(謀害)의 주체가 되기도 하고 대상(객체)이 되기도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곡의 그래픽적인 악보는 인간의 감성을 표현하는데 있어서의 또 다른 시각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활대의 마찰로 소리가 나는 해금은 bowing의 빠르기와 마찰의 강약에 의해 다양한 음향이 표출된다. 또한 그 활대의 움직임 속에 미세하게 나타나는 찰현음의 다양성과 함께 전자음악을 더해 다양한 변형과 확장을 꾀하였다.

해금의 음색과 주법에 의해 다양한 방법으로 변형시켜보는 전자음악은 즉흥성이 가미되며, 연주되었던 소리를 역으로 재생산 또는 반복과 효과에 의한 실험적 무대가 선보일 것이다.

 

각 음정 나름대로의 고유한 성질을 내포하고 있는 12율려(양6률과 음6려)는 대립과 조화를 통해 균(均)을 얻으려 한다. 음정뿐만이 아니라 우리 전통 악기 또한 팔음(八音)에 의한 재료로 만들어져 각 악기는 악기마다의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각각의 특성을 갖고 있는 음정과 악기를 통해 율려의 진행을 유도하며, 강·약·고·저·장·단에 의한 12율려의 구조를 나름대로 배열을 하여 오늘날의 정악 연주 형태를 취해보았다.